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창 밖 풍경을 봤을 때 나는 5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등학생 때 유학생활을 하면서 봤던 필리핀과 고등학생 때 본 필리핀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엄청나게 큰 변화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가로등 불도 없는 도로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는 아이들, 교통 법규를 무시한 채 위험하게 달리는 지프니와 트라이시클 등을 보니 필리핀은 아직 많은 도움이 필요한 곳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우리가 방문한 곳들은 그 중에서도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곳이었다. 특히 Nayon ng Kabataan에서의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리던 아침에 그곳에 도착해서 인터팜 단원들 무리 안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에게 어떤 아이가 자기 동생 손을 잡고 나에게 와서 말을 걸었다. 예전에 배웠던 타갈로그 몇 마디를 기억해내서 인사를 하니 금방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름, 나이, 학년, 좋아하는 K-pop노래 등 5분도 안돼서 난 그 아이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이 아이 뿐만 아니라 많은 아이들과 말을 트고 같이 웃고 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토요일, 월요일 이틀 동안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한글도 가르쳐주고, 같이 과자도 나눠먹으면서 몇 시간을 즐겁게 보낸 후 호텔로 돌아가는 버스에 타야할 시간이 되자 아이들이 나에게 달라붙어서 언제 다시 오냐고 계속 물어보고, 자기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고 편지까지 써주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나누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 함께 한 놀이 하나 하나가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SOS Village와 Cancer Warriors에서도 우리들의 방문만으로도 좋아하고 고마워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평소에 누리는 것들을 너무 당연시 하고, 주어진 상황에 불평하면서 살았던 나는 작은 관심 하나에도 즐거워하며 쉽게 마음을 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이기적인 태도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고, 내가 사랑 받는 만큼 더 많이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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