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문제의식 ●
1. 나는 왜 나 자신과 타협하는가?
일 년 또는 한 학기를 시작하면서 늘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끝날 때쯤 보면 목표했던 것만큼 다 이루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도 꾸준히 오랫동안 내가 목표했던 것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분명 작심삼일은 아닐 텐데 뭐가 문제인거지? 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내 자신과 타협해서 목표치를 조금씩 낮추었던 적이 많다. 한 번 결심을 하고 마음을 먹었으면 계획을 변경하지 말아야 할 텐데 잘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시험기간에 하루 공부 양을 정해놓고 ‘다 끝내기 전에는 절대 안자야지’라는 마음을 먹어도 막상 잘 시간이 되고 피곤하면 ‘아 오늘 늦게 자면 내일 더 피곤할 텐데 그냥 자고 내일 더 맑은 정신으로 하는 게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잠자리에 든다. 하루 양으로 봤을 땐 적은 양인지 몰라도 이게 쌓이고 쌓이면 시험을 며칠 안남기고 할 일이 쏟아진다. 이제 고등학교 생활이 1년도 안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졸업하기 전에 이루고 싶을 것들이 너무 많은데 또 내 자신과 타협하여 후회만 잔뜩 안고 졸업하고 싶진 않다.
2. 나는 왜 디테일에 집착하여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가?
나는 공책 구석이나 맨 마지막 장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내 진로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블로그를 찾아보느라 두세 시간을 훌쩍 넘겨버릴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마음에 안들 때가 많다. 삐뚤빼뚤한 선이 마음에 안 들어 덧대어 그리고 조금씩 수정하다 보면 전체적인 그림을 봤을 때 균형이 안 잡히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이다. 캐주얼하게 쓰는 글에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조사의 올바른 사용 등 디테일을 고려하며 쓰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당연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놓쳐 글이 삼천포로 빠질 때도 많다.
나무 한 그루에 집착하다 큰 숲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나는 디테일에 집착하다가 정작 중요한 큰 그림을 보지 못해 가끔 내 자신이 한심할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나 학업에 있어서 이러한 실수를 저지르면 정말 후회스럽다.
3. 나는 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까?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보다 어렸을 때 또래보다 뛰어나게 잘했던 것 같다. 물론 더 작은 물에 있기도 했지만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도 더 잘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주위 사람들이 나한테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내가 하는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 거품이 너무 많다는 걸 안다. 그 거품을 다 불어 없애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기대했던 내 모습이 아닐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선은 내가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솔직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나도 내 진짜 모습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머리만 복잡하다. 다른 사람 의식하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행동하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를 말하다>
나는 정이 많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한 번 틀어지면 잘 회복하지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내 사람들한테는 정말 정이 많다. 도와달라고 하면 거절도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지나치지 못한다. 내가 피해보더라도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내가 손해 보는 일이 있어도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교육받은 영향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도 여기저기 봉사하러 다니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항상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그냥 머리에 박힌 것 같다. 그리고 단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챙겨주는 걸 엄청 좋아한다.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땐 그 스케일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나 그냥 챙겨주고 싶을 때 챙겨준다. 그리고 꼭 내 손길이 닿아야 해서 내가 다시 포장한다거나 쪽지를 써서 넣거나 암튼 내 애정을 듬뿍듬뿍 쏟아준다. 하지만 많이 정을 주는 만큼 많이 상처 받는 것 같다. 보상받고자 하는 마음으로 주면 안 되는데 난 그냥 내가 그만큼 받고 싶어서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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