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7/23
엄마랑 구두로 약속한 10년 중에 벌써 7년이 지났지만 필리핀은 변한 게 없다. 우리 차로 항상 다니는 main road에 엄청나게 큰 스타벅스가 생겼고 쇼핑몰에 새로운 명품 브랜드를 런칭했고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 뒤에 호화로운 마사지샵이 생겨서 주차장에 외제차들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가 신호대기하고 있는 동안에 어린 아이들이 창문을 두드리면서 구걸을 했다. 그 아이들이 진짜 가난하고 제대로 못 먹고 사는건 알지만 동전 한 개씩이라도 쥐어주다보면 도와주는게 아니라 오히려 거지근성만 키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눈도 안마주치고 자기가 지쳐서 갈때까지 무시했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정부에서 무슨 speech를 한답시고 main road를 막아놔서 지정공휴일도 아닌데 학교도 쉬고 다들 놀았다. 선거철이 되면 시위대가 큰 길을 막아놓기 일쑤고 월요일처럼 정부에서 자기 필요에 의해서 막는 경우도 많다. 저번에 barangay 대표 선출할 때 필리핀 페이스북 친구들이 투표하고 난 다음에 자기가 뽑았던 후보를 다 status에 올려놔서 문화충격?을 받았었는데 정부나 시민이나 아직 민주주의 의식이 부족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오늘(화요일)은 앞으로 봉사하게 될 학교를 방문했다. Doña Juana Elementary School이라는 곳인데 집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빈민촌 안쪽에 있다. 3층짜리 건물에 교실이 9개가 있는데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을 수용한다고 한다. 2,3,6학년은 오전에 수업을 하고 1,4,5학년은 오후에 수업을 하는데 한 반에 55명 정도 수업을 한다고 한다. 이마저도 건물을 신축해서 원래 70-80명에서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반지하 층에 창고같이 생긴 교실이 두 개 더 있었고 창문 틈새로만 봐도 꽉꽉 차있었다. 퀘존 시티에 public school이 100개 넘게 있는데 여기가 가장 큰 학교고 학생 수도 제일 많다고 한다. 빈민촌에 사는 부모들도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고 싶어 해서 우리나라 60,70년대랑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 같다. 학교 학생 중 결식아동만 300명이 넘는데 로타리에서 지원하는 100명만 겨우 하루 한끼를 챙겨먹고 나머지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아직까지 지원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한다.
원래 오늘부터 수업을 하려고 했는데 소통이 잘 안되어서 내일부터 정식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대신에 오늘은 나를 이 학교로 소개시켜주신 필리핀 로타리 회장님과 부회장님, 학교 교장선생님을 만나 뵙고 마침 로타리에서 후원하는 장애아동 프로그램 closing ceremony를 하는 날이라 잠깐 둘러보았다. 작년부터 장애아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생님 5분이서 장애아동 90명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90명에게 배정된 교실은 하나밖에 없고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통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주위에 장애인 시설이 없어서 20,30대지만 정신연령이 낮은 장애인들도 같이 돌보고 있었다. 여러 가지 활동도 하고 학교에서 나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선생님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우리나라 특수교육반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