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 공리주의적, 의무론적, 공동체 주의적 관점에서 본 정의 -
정의를 한 번에 규정할 수 있다면 재판을 집행할 때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에,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기에 정의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공리주의, 의무론, 공동체 주의 등의 여러 가지 윤리론이 제시되어 왔다. 각각의 이론에 장점과 단점이 존재 하지만 나는 칸트의 의무론적 관점에서 정의를 바라보는 것이 가장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칸트의 의무론은 도덕규범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하는 ‘정언명령’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 도덕규범은 모든 사람이 수용할 수 있도록 보편화 되어야 하며 이 도덕규범을 지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목적이 되는 시민 사회에서 자신의 목적을 존중받고 다른 사람들의 목적을 존중하는 ‘상호존중’이 이루어짐으로써 형성되는 것이 칸트가 말하는 도덕규범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지위나 능력을 벗어나서 모든 사람이 동등한 인격을 가지며 이러한 인격을 존중하여 형성되는 도덕규범
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칸트의 윤리이론은 바람직하다.
이에 비해 벤담의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야기한다. 행복이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어떠한 도덕규범이나 정책도 인간의 행복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리주의가 현실적으로 정치나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공리주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다. 행복을 계량화 할 수 없으며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 소수를 희생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고대 로마에서 흔하게 행해졌던 콜로세움 경기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로마 시민들이 그 경기를 관람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이 사자의 먹이가 된 그리스도인들의 고통보다 크다고 말할 수도 없으며 설령 그 크기가 크다고 해도 재미를 위해서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정의를 규정하기 위한 또 하나의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공동체 주의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적은 그 인간이 뿌리내리고 속해있는 사회공동체와 분리 될 수 없기 때문에 공동선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바람직해 보일지 몰라도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공동체 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와 반대되는 개념으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고전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면에서 공산주의와 차이점이 있지만 공동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개인의 자율적이고 합리적 판단에 의해 형성되는 가치가 무의미하게 될 수 있다. 실제로 공동체주의를 주장하는 샌들은 한 인터뷰에서 시장주의가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 사회의 토대를 무너지게 한다고 말했다. 시장은 사익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이 공정하고 도덕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한 내용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동체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 능력을 무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여러 가지 치명적 단점을 가지고 있는 공리주의나 공동체주의와 비교해봤을 때 인간이 도덕의 주체가 되어 결과보다 과정 즉, 목적을 중시하고 스스로에게 자율적으로 부여한 도덕적 의무감에 따라 행동한다는 의무론이 정의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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