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취방
계속 오르는 물가와 학비에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금전적 고민을 하는 대학생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 자취시설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보증금 없이 기숙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착한 자취방'을 제공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협의회는 한양대, 건국대, 경희대 등 서울 동부지역 7기 대학의 기숙사 신청 탈락자 및 저소득층, 사회적 기업의 임직원 자녀 등을 대상으로 20명을 선발아여 기존의 원룸을 월 20만원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학기에 선정된 20명을 대상으로 기숙사를 시범 운영한 뒤, 다음 학기나 내년부터 수용인원을 천천히 늘릴 것이라고 했다. 사립대 기숙사가 평균적으로 2인 1실에 월 30만원, 1인 1실에 월 40만원 이상 하는 것과 비교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낮에는 공부에 시달리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23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0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마저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캠퍼스 밖에서 원룸이나 고시원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국토해양부가 정한 1인당 최저주거기준에 모자라거나 겨우 충족하는 좁은 곳에 산다고 하니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대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학교는 전국구에서 학생을 모집하여 부산이나 제주도 등 학교에서 많이 떨어진 지역에 사는 학생들은 서울에 원룸을 얻어 주말이나 방학 때 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고등학생이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 살다보니 경제적 부담감도 만만치 않고 방학 땐 방이 구해지지 않아 전전긍긍한다고 한다. 이렇게 내 주변에서도 자취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걱정이 더욱 공감간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점을 이용하여1년치 하숙비를 선불로 지급하라는 악덕 하숙업자들도 있는 마당에 원룸을 2인 1실로 개조하여 '주민 기숙사'를 제공하는 대학촌 지역발전협의회는 더욱 주목할만 하다. 하지만 이들도 마냥 손해보는 것은 아니다. 협의회 사무총장의 말에 따르면 회원 1명이 평균 10개의 원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 1개씩만 '주민 기숙사'로 전환해도 2000명의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다. 주거문제도 해결하고 빈방도 채울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인 셈이다.
취업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며 스펙전쟁을 벌이고 있는 대학생들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다. 이렇게 스펙 경쟁에 불이 붙은 이유에는 그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한 몫 할 것이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선택하기 전에 미래가 보장되는 안정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학생들에 대한 복지가 더 많이 이루어져 대학생들이 경제적 고민을 하기 전에 그들이 진정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착한 자취방'과 같은 모범사례가 더욱 확산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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