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없는 인터넷기사
같은 주제,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몇 십, 몇 백가지의 다른 글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인터넷 기사들은 한 기사를 복사, 붙여넣기 한 것 마냥 단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기사 전문이 같은 것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10월 11일 대구 한 여고생이 자신의 성적을 비관하여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몇 달 동안 성적비관, 학교 폭력 등의 이유로 청소년 자살 사건이 여러 차례 일어난 터라 이번 사건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고 이에 관련한 기사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서울신문과 경북일보의 기사에서 기사의 본문 내용이 거의 같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은 서울신문의 기사 본문이다.
성적을 비관한 여고생이 중간고사 시험기간 중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1일 오전 4시 40분쯤 대구 동구 방촌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모 여고 1학년 이모(16)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양은 자신의 책상 위에 ‘중간고사 성적이 나빠서 속상하다’는 내용의 유서, 친구에게는 ‘그동안 고마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각각 남겼다.
경찰은 이양이 성적을 비관해 7층 베란다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휴대전화와 주변친구 등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다. 이양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으며, 이날이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경북일보의 기사 본문이다.
성적을 비관한 여고생이 투신 자살했다.
11일 오전 4시40분께 대구 동구 방촌동 한 아파트 1층 화단에서 고등학교 1학년 이모(16)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양은 자신의 책상 위에 '중간고사 성적이 나빠서 속상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 투신직전 자신의 친구들에게 "먼저 가겠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등의 문자 및 예약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양이 성적을 비관해 7층 베란다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휴대전화와 주변친구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양은 학교에서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날이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기사를 살펴보면 밑줄 친 부분을 제외하고는 문장의 형식, 본문 내용의 구성, 어휘 선택이 동일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사건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헤럴드 경제의 기사를 보자.
[헤럴드생생뉴스] 11일 오전 4시40분께 대구 동구 방촌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고등학교 1학년 A(16) 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양이 숨지기 직전 친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며, A양의 친구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해 주변을 수색하던 중 숨진 A양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A 양은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차림이었으며 방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중간고사 성적이 나빠서 속상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은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으며, 사고 발생한 당일은 중간고사 마지막 날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양이 성적을 비관해 7층 베란다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처럼 본문의 구성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것은 서울신문과 경북일보가 무성의한 기사를 보도했다는 것 밖에 될 수 없다.
대학은 물론 중, 고등학교에서도 표절 (plagiarism)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몇몇 학교에서는 입학 원서나 논문을 검토할 때에 몇 단어 이상 같은 어구가 있는지 체크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그에 따른 불이익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많이 접하는 신문 기사에서 이렇게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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