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맨 (Rain Man, 1989)>을 보고
동생 찰리 배빗은 이기적인 젊은 사업가이다. 그는 형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오다가 대부호인 아버지가 유산 300만 달러를 전부 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형 레이먼에게 물려주자 격분한다. 유산 중 일부분이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찰리는 레이먼의 보호자가 되기를 자처하고 그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 레이먼은 비행기 사고에 대한 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타기를 거부해 긴 도로 여행을 하게 된다. 레이먼과 찰 리가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찰리는 자신이 어렸을 때 ‘레인 맨’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레이먼임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고 특별한 추억들을 쌓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우애를 되살리고 찰리는 진심으로 형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필리핀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시절 알고 지내던 남매가 있었다. 여동생 희원이는 입학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국제 학교를 다니던 야무진 아이였는데 오빠가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희상이 오빠는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도 불구하고 지적 수준은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네 시에 꼭 ‘시민 법정’을 봐야 하고 화요일 팬케이크를 먹을 땐 메이플 시럽이 없으면 안 되는 레이먼드처럼 희상이 오빠는 김치는 항상 물에 씻어 먹어야 하고 치킨의 바삭한 껍질을 반찬으로 먹어야 하는 습관이 있었다. 때문에 어머니는 식사 때마다 김치를 두 접시 내와야 했고 심지어 외식할 때에도 플라스틱 통에 씻은 김치를 따로 가지고 다니셨다. 그리고 희원이의 주 반찬은 오빠가 먹지 않는 치킨 속살이었다. 짜증내고 싫증낼 법도 한데 동생은 한 마디 불평 없이 어딜 가든 오빠를 잘 챙기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 남매와 친하게 지내면서 자폐증 환자의 특징에 대한 얘기도 듣고 희상이 오빠를 통해 직접 눈으로 보기도 했는데 자폐증 환자들은 각자 특별한 능력이 한 두 가지씩은 있다고 한다. 레이먼드의 경우에는 숫자 암기에 천재적인 능력을 보였는데 희상이 오빠의 경우에는 드럼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희원이가 먼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걸 어깨너머로 배운 오빠가 어느 새 희원이보다 더 잘 치게 되었고 지적 수준이 떨어져 악보를 읽는 법은 모르지만 한번 들은 박자는 바로 연주하고는 했다.
영화 ‘레인 맨’을 보면서 계속 희상이 오빠와 희원이가 생각나서 많은 부분이 오버랩 되었었는데 정말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자폐증 환자가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소통하기 답답하다고 해서 무작정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폐증 환자들이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만큼 멍청한 것도 아니고 각자의 능력을 발견하고 개발하면 어느 누구보다 그 분야에서 specialist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복지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인터넷에 장애인을 위한 사회 복지에 대한 검색도 하곤 하는데 자폐증 환자에 대한 글도 종종 읽는다. 아직은 사회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도 차갑고 무관심하다. 자폐증 환자에 대한 복지시설,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그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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